To. 집사님께
1960년 10월 12일, 유엔 총회장에서 소련 지도자 흐루쇼프가 자기 구두를 벗어 책상을 쾅쾅 내리치는 소동이 벌어집니다. 서방 언론은 그를 "다혈질 미치광이"라고 비웃었죠.
그런데 역사가들은 지금도 의견이 갈립니다. 정말 감정을 이기지 못해 터진 건지, 아니면 회의 주도권을 쥐려고 계산된 연기였는지를요. 다만 분명한 게 하나 있습니다. 그 요란한 분노가, 상대의 기선을 제압하는 아주 효과적인 '수단'으로 먹혔다는 거죠.
심리학에는 이런 걸 도구적 공격성(Instrumental Aggression)이라고 부릅니다. 순간 욱해서 터지는 화가 아니라, 상대를 굴복시키려고 분노를 도구처럼 꺼내 쓰는 겁니다. 이런 사람은 상대가 어느 선에서 겁을 먹고 언제 물러서는지 이미 파악하고 있어요. 겉으론 이성을 잃은 척하지만, 머릿속은 '상대의 항복'이라는 목표를 향해 차갑게 돌아가고 있는 거죠.
싸우다 불리해지면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위협적으로 돌변하는 사람이 곁에 있나요? "저 사람은 원래 화나면 앞뒤를 못 가려" 하면서 매번 당신이 져주고 있다면, 한 가지만 짚어볼게요. 진짜 참지 못하는 성질이라면 상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사람은 직장 상사나 경찰 앞에선 귀신같이 멀쩡합니다. 유독 '만만한 당신' 앞에서만 눈이 뒤집히죠. 그러니 당신이 자꾸 그 화를 받아주게 되는 건, 당신이 예민하거나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그 화가 애초에 당신을 골라서 터지고 있어서예요.
당신이 겁을 먹고 한 발 물러서는 그 순간, 상대의 화는 "역시 이 방법이 통하네" 하는 보상을 얻고 다음에도 똑같이 반복됩니다. 그러니 그 욱하는 성질을 병이라 여기며 다 받아줄 필요는 없어요. 그건 참지 못하는 성격이 아니라, 당신에게만 쓰는 방법에 가까우니까요.
From. 심리학 고양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