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집사님께
1902년 10월 5일, 훗날 맥도날드를 전 세계 프랜차이즈로 키운 레이 크록(Ray Kroc)이 태어납니다. 맥도날드가 강했던 건 햄버거 맛 때문만은 아니었어요. 어느 도시의 매장에 들어가도 비슷한 메뉴판을 보고, 비슷한 순서로 주문하고, 비슷한 테이블에 앉아 먹을 수 있었거든요.
처음 온 낯선 곳인데도 "여기선 내가 뭘 하면 되는지"를 이미 아는 느낌. 프랜차이즈가 햄버거와 함께 팔던 건, 사실 그 편안함이었습니다.
심리학에는 스크립트 이론(Script Theory)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익숙한 상황마다 마음속에 '행동 대본'을 하나씩 갖고 있다는 거예요. 식당에 가면 앉을 곳을 찾고, 주문하고, 기다리고, 먹고, 계산하고 나옵니다. 병원도, 카페도, 회사 회의도, 결혼식장에도 저마다의 대본이 있죠.
이 대본이 손에 익으면 우리는 덜 긴장합니다. 반대로 어디에 줄을 서야 하는지, 언제 말을 꺼내야 하는지, 어떻게 주문하는 건지 모르면 갑자기 몸이 굳죠. 그 공간이 어려운 게 아니라, 그곳의 대본을 아직 모르는 게 우리를 긴장시키는 겁니다.
그러니 새 회사에 출근한 첫 주가 유난히 진이 빠지고, 처음 나간 모임에서 괜히 주눅이 들었다면, 그건 당신이 사회성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아직 그곳의 대본을 손에 익히지 못했을 뿐이거든요. 사람은 원래 대본을 모르는 곳에서 제일 작아지니까요.
시간이 지나 그 순서가 몸에 익으면, 똑같은 공간인데도 신기하게 편해집니다. 그러니 낯선 곳에서 헤매는 지금의 어색함을 너무 나무라지 않으셨으면 해요. 편안함은 성격이 좋아서 오는 게 아니라, "여기선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를 알게 될 때 천천히 찾아오는 거니까요.
From. 심리학 고양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