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집사님께
1987년 10월 19일, 세계 증시 역사상 최악의 폭락으로 기록된 '블랙 먼데이'가 터집니다. 뚜렷한 악재도 없었는데, 사람들의 작은 공포가 도미노처럼 번지며 단 하루 만에 시장의 22.6%가 사라져버렸죠.
이 거대한 패닉을 겪고 나서야, 주식 시장은 안전장치 하나를 만듭니다. 주가가 급하게 무너지면 모든 거래를 잠깐 멈춰버리는 '서킷 브레이커(Circuit Breaker)'예요. 공포의 파도가 지나갈 때까지, 숨 고를 시간을 강제로 만들어준 겁니다.
우리 하루에도 이런 블랙 먼데이가 찾아옵니다. 누군가의 무심한 말 한마디, 뜻대로 풀리지 않은 작은 실수 하나에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질 때가 있죠. 그런데 뇌과학자 질 볼트 테일러에 따르면, 분노나 슬픔 같은 감정을 일으키는 화학물질이 뇌에서 나와 몸을 한 바퀴 돌고 완전히 씻겨나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딱 '90초'라고 합니다.
우리를 통째로 삼킬 것 같던 그 감정의 폭풍이, 사실 몸에서는 1분 30초면 지나가는 호르몬의 파도라는 뜻이에요. 영원할 것 같지만, 생물학적으로는 그렇게 길지 않은 거죠.
그러니 감정이 요동치고 마음이 바닥으로 떨어질 것 같을 때, 당장 무슨 말이나 행동으로 반응하지 말고 스스로에게 '마음의 서킷 브레이커'를 걸어주세요. 눈을 감고 깊게 숨을 쉬며, 딱 90초만 멈춰서 기다리는 겁니다. 속으로 천천히 숫자를 세도 좋고, 따뜻한 물을 한 모금 마셔도 좋아요.
그 짧은 멈춤 동안 당신을 삼킬 것 같던 감정의 화학물질은 씻겨 내려가고, 뇌는 원래의 당신으로 돌아옵니다. 그러니 감정에 크게 흔들린 날, 스스로를 나약하다고 탓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당신이 잘못된 게 아니라, 그저 90초의 멈춤이 필요했을 뿐이거든요.
From. 심리학 고양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