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집사님께
1939년 8월 31일 밤, 독일 글라이비츠의 라디오 방송국에 무장한 사람들이 들이닥칩니다. 이들은 폴란드어로 짧은 방송을 내보내고, 마치 폴란드가 먼저 쳐들어온 것처럼 꾸민 흔적을 남겨둡니다.
하지만 그건 폴란드의 공격이 아니었습니다. 나치 독일이 침공의 명분을 만들려고 벌인 자작극이었거든요. 다음 날 독일은 "폴란드가 먼저 공격했다"며 전쟁을 시작합니다. 먼저 총을 겨눈 쪽이, 오히려 "우리가 당했다"며 피해자 행세를 한 겁니다.
심리학에는 이런 뒤집기를 가리키는 다르보(DARVO)라는 말이 있습니다. 잘못한 사람이 책임을 추궁당했을 때 흔히 보이는 반응이죠. 먼저 "난 그런 적 없어"라고 잡아떼고(Deny), "넌 왜 그렇게 예민해?"라며 말을 꺼낸 사람을 몰아세우고(Attack), 끝내 "나야말로 너 때문에 힘들어"라며 잘못한 사람이 되레 상처받은 사람이 되어 버립니다(Reverse).
물론 억울해서 변명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다만 이야기가 자꾸 어제 그 행동에서 벗어나 내 말투, 내 예민함, 내 죄책감으로만 굴러간다면, 어느새 나는 "내가 너무 심했나"하고 먼저 사과하고 있을 거예요.
어쩌면 당신도 겪어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분명 내가 받은 상처를 말하려고 어렵게 입을 뗐는데, 대화가 끝날 무렵엔 내가 먼저 "미안해"라고 말하고 있던 순간이요. 그러니 다음에 내 상처를 말해야 한다면, 감정 싸움에 끌려가기 전에 딱 한 문장만 미리 정해 두세요. "이건 너라는 사람에 대해서가 아니라, 어제 네가 한 그 행동에 대해서야."
From. 심리학 고양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