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집사님께
1995년 8월 24일,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95(Windows 95)를 세상에 내놓습니다. 시작 버튼, 화면 아래 길게 늘어선 작업 표시줄, 창을 여러 개 띄워놓고 그 사이를 오가는 화면. 지금은 너무 당연하지만, 그때 사람들에겐 컴퓨터를 쓰는 감각 자체가 통째로 바뀐 사건이었죠.
문서를 쓰다가 음악을 틀고, 새 창을 열어 메일을 확인하고, 또 다른 창으로 건너가고. 사람들은 한 사람이 창 여러 개를 동시에 다루는 존재가 된 것처럼, 점점 그 방식에 익숙해졌습니다.
그런데 우리 뇌는 그렇게 넓지 않습니다. 인지심리학에서는 우리가 흔히 멀티태스킹이라 부르는 것이 사실 여러 일을 한꺼번에 해내는 능력이 아니라, 한 일에서 다른 일로 재빨리 갈아타는 작업 전환(Task Switching)에 가깝다고 봅니다.
문제는 이 갈아타기가 공짜가 아니라는 겁니다. 방금 읽던 메시지, 조금 전까지 붙들고 있던 걱정, 아직 닫지 못한 생각의 조각들이 머릿속에 그대로 남거든요. 이걸 주의 잔여물(Attention Residue)이라고 부릅니다. 몸은 다시 문서 앞에 앉아 있어도, 마음의 일부분은 아직 다른 창에 남아 있는 겁니다.
일할 때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마주 앉아 있는데 무릎 위 휴대폰을 힐끗 보는 순간, 이어지던 대화의 흐름이 미묘하게 끊깁니다. 상대는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느끼죠. "아, 이 사람 마음이 다른 데 가 있구나."
그러니 오늘 정말 중요한 일을 할 때는, 나머지 창을 닫고 딱 하나만 남겨보세요. 소중한 사람과 마주 앉은 순간에도 마찬가지고요. 창을 다 열어둔 사람이 유능한 게 아니라, 중요한 순간에 하나만 남길 줄 아는 사람이 진짜 유능한 거니까요.
From. 심리학 고양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