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집사님께
1920년 11월 2일 밤, 미국 피츠버그의 작은 방송국 KDKA가 대통령 선거 개표 결과를 라디오로 내보냅니다. 신문은 다음 날 아침에야 소식을 전하던 시절이었죠. 사람들은 거실과 가게 한구석에 모여,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목소리로 같은 순간의 뉴스를 들었습니다.
화면도 없고, 말하는 사람이 눈앞에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 목소리를 들으며 이상하게 한자리에 모인 기분을 느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걸 사회적 현존감(Social Presence)이라고 부릅니다. 눈앞에 없어도 누군가 곁에 있다고 느끼는 감각이죠.
그런데 이 감각은 글자보다 목소리에서 훨씬 강하게 켜집니다. 2021년, 텍사스대 아밋 쿠마르 교수와 시카고대 니콜라스 에플리 교수는 참가자들에게 오랫동안 연락 안 한 친구에게 연락해 보라고 합니다. 한 그룹은 이메일로, 다른 그룹은 전화로요. 연락하기 전에 물었더니, 사람들은 전화가 훨씬 어색할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전화로 연락한 사람들이 친구와 훨씬 가까워졌다고 느꼈습니다. 걱정했던 어색함은 이메일과 별 차이가 없었고요.
30년 넘게 외로움을 연구한 존 카치오포 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외로움은 주변에 사람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안에서 연결이 끊긴 상태라고요. 그래서 하루 종일 카톡을 주고받았는데도 밤에 혼자 누우면 공허할 수 있습니다. 그건 당신이 유난히 예민해서가 아닙니다. 글자만 오가고, 목소리는 한 번도 오가지 않았을 뿐이죠.
그러니 오늘은 문자 대신 짧은 전화 한 통을 걸어 보세요. 걸기 전엔 어색할 것 같지만, 사람들은 늘 그 어색함을 실제보다 크게 예상한다고 하니까요.
From. 심리학 고양이 |